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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동행 이야기

[따뜻한인터뷰] 2020 첨단보조기구 지원, 그 후의 이야기
  • 작성일2021/07/28 16:08
  • 조회 1,097

따뜻한동행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장애 청(소)년을 선발해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첨단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 유형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여 맞춤형 첨단보조기구를 지원하며, 2010년 설립부터 지금까지 114명의 장애인을 지원했습니다. 지난 2020년도 첨단보조기구 지원사업에서는 총 7명의 장애인에게 보조기구를 선물했는데요, 오늘은 첨단보조기구를 지원 받은 두 분의 첨단보조기구 활용 이야기와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따뜻한인터뷰) 따뜻한동행 첨단보조기구 지원 사례 - 선준영 학생

 

 



- 선준영님,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세무회계학과 입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신데요, 회계세무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에요. 수시 원서를 거의 교육 쪽으로 썼는데, 회계세무학과는 딱 한 군데만 지원했거든요. 그런데 회계세무학과만 붙게 되었어요^^; 재수하기 싫어서 오게 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네요. (회계세무학과에서) 우선 버텨보고 하는 데까지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시각장애인은 입학할 수 있는 과가 한정되어 있어요. 시각적으로 정보를 접하는 학과는 불편한 점이 많으니까요. 강의 자료를 시각장애인에 맞게 제작해서 공부하는 게 어렵다 보니 교육, 사회복지, 행정, 언어 계열로 진학이 거의 한정되어 있어요.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도 공무원, 사회복지사, 교사 정도가 보편적이에요. 왜 하던 것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게 말하면 도전의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오기였던 것 같아요.

 

- 따뜻한동행 첨단보조기구 지원사업에 어떻게 신청하게 되었나요?

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좋은 기회가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 지원받은 첨단 보조기구는 무엇인가요?

점자 인쇄가 가능한 프린터기입니다. 시각장애인이 많이 가는 과는 자료가 시중에 나와있는데, 저희 학과는 자료가 아예 없었어요. 문제는 학과 특성상 표, 그래프, 그림이 많아서 복지관이나 점역을 담당해 주는 곳에서 많이들 거절하셨어요. 그래서 아는 점역사 선생님과 교재를 직접 만들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 프린트기를 지원받기 전까지는 점자 파일만 저희가 만들고 인쇄는 기관에 맡기는 형식이었는데, 바로바로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시험을 한 번 놓친 적도 있어요. 하하.. 공부하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교재 제작부터 늦어지니까 어려움이 있었죠. 이제는 인쇄를 집에서 바로 할 수 있어서 시간이 많이 절약돼요. 이해가 안 되는 걸 바로바로 뽑아볼 수 있잖아요. 제가 서두르면 자료를 빨리 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점자프린터기

준영 씨가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점자 프린터기

 

- 점자 프린터기로 전공과목에 필요한 교재를 직접 만드신다구요?

저희는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수강신청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사전 수강신청을 해요. 큰 변수가 없는 한 사전 수강신청한 수업을 듣게 되죠. 그럼 교수님께 미리 메일을 보내서 어떤 교재를 쓸 예정인 지 여쭈어봐요. 그리고 방학 때 미리 점역해서 제가 공부할 수 있게끔 교재를 만들어요. 점역사 선생님께서 옮겨주시고 검수는 같이 해요. 점 하나 잘못 찍으면 숫자가 달라져서 아예 계산이 틀려지기 때문에 검수를 꼼꼼히 하는 편입니다.
 

 

(좌) 점역 프로그램으로 교재를 만드는 화면 (우) 점자 프린터기로 완성된 교재

(좌) 점역 프로그램으로 교재를 만드는 화면 (우) 점자 프린터기로 완성된 교재

 

- 작년부터 비대면 수업을 주로 하셨을텐데, 대면 수업과 비교했을 때 어떠셨나요?

집은 익숙한 환경이니까 편하기도 했죠. 하지만 학습도우미와 함께 수업을 듣지 못하는 점이 불편했어요. 보통 교수님들께서 ppt나 pdf 파일을 많이 사용하시는데 점자 변환 프로그램에 인식이 안돼요. 도우미 분들이 그걸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자료(주로 한글 파일)로 변환해 주는 역할을 해요. 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옆에 있는 도우미 학생에게 즉각적으로 물어볼 수 있었는데 비대면이라 그러지 못해서 불편해요. 특히 교수님들과는 만나서 한 번 하면 될 이야기를 메일로 몇 번 주고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네요.

​​

- 대학생활을 하며 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끼셨나요?

계속해서 개선이 되고 있긴 합니다. 이 사업도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알려주셨으니, 정보 전달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입니다.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지원이 잘 안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이 교육, 사회복지 이런 분야만 하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다른 과목들은 너무 (시각장애인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학과가 있어도 교재도 갖추어져있지 않으면 선뜻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지원에 적극 참여해 주시는 교수님이 계시는 반면, 수강 거부를 하는 교수님도 몇몇 계셨어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업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이유로요. 이런 점은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건 장애학생들께 드리고 싶은 말인데, 사람들이 도움을 먼저 주지는 않아요. 특히 이제는 단체보다 개인이 더 중요해진 사회다 보니까.. 각자 살기도 바쁜데 먼저 도움을 줄 여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도움을 먼저 주면 정말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서 실망하지 말고 먼저 가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도움을 요청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특히 학우들에게는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좀 내려놓았으면 해요.

-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회계세무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왔는데 장애 때문에 자격증 시험을 못 본다든지 하는 어려움을 겪으면 안 되잖아요. 시각장애인이 임용고시를 보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얘기는 아니에요. 이렇게 계속해서 두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회계세무 분야는 후배들이 올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저로 인해서 아직 (시각장애인에게) 열리지 않는 분야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생기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후배들을 위한 길을 만들어 놓는 것이 1순위 목표이고 그다음 목표는.. 자격증 취득 아닐까요? 하하. 제가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인터뷰) 따뜻한동행 첨단보조기구 지원 사례 - 김뜰 작가



-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우선 대구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와서 새집 적응 중에 있어요. 그리고 드라마제작사와 계약을 하여 미스테리 휴먼 로맨스 장르의 65분물 16부작 미니시리즈 작업 중에 있습니다. 또 영화사와도 계약을 하여 오피스정치 스릴러물 상업장편영화 시나리오도 작업 중입니다. 첨단보조기구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노트북과 수동전동겸용 휠체어 덕분에 너무 편하고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뜰’이라는 작가님의 필명이 있으시던데, 담긴 의미가 있을까요?

"뜰작가, 뜰작가 하다보면 진짜 스타작가로 뜰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에서이기도 하구요. 하하.

제 작품들을 보시는 시청자 여러분들을 제 작품 세계라는 작은 뜰 안에 초대한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기도 합니다.

 

- 따뜻한동행에서 맞춤형 보조기구를 지원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우선 수동 전동 겸용 휠체어를 지원 받았는데, 비가 오거나 하는 날에는 덩치가 큰 전동휠체어로 일반 택시도 탈 수가 없고, 장애인콜택시 타기는 대기시간 때문에 하늘에 별따기고, 그렇다고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는 제가 스스로 수동휠체어 운전하는 게 불가능해서 일일이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려 이동을 해야해서 너무 불편했어요. 그런데 수동 전동 겸용 휠체어가 생긴 이후로는 일반택시에도 휠체어를 실을 수가 있으니 비오는 날에 너무 편리하게 이용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갤럭시북 플렉스를 받았는데요. 제가 많은 짐을 일일이 들고 다니기가 불편했는데 지원받은 이 제품으로 노트북과 태블릿을 한번에 쓸수가 있어서 일하기에 너무 수월하게 됐습니다. 전에는 노트북, 태블릿, 공책, 수첩, 필기구, 녹음기, 등등이 다 필요해서 다 챙겨다니기에 너무 버거웠거든요.

 


 

- 작가님 작품 중 ‘딱 나 같은 딸’ 웹드라마가 이혼 후, 가정의 무게를 짊어지는 엄마, 엄마의 빈자리로 갈등이 생긴 성장 이야기를 풀어낸 모습이 인상 깊었고, 재밌었습니다. 짧은 점이 아쉬웠는데, 차후 2기로 만날 기회가 있을까요?

애초 기획단계때부터 조회수나 반응이 좋으면 시즌2도 같이 해보자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아직 말씀이 없으신거보니 반응이 욕심만큼 나오지 않았나봐요.. 나중에 제가 더 유명한 작가가 되어서 시청자분들이 요청을 해주시면 그때 시즌2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집필하고 싶으셨고, 기회가 닿아 를 내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자세히는 말씀 드릴 수 없지만 휠체어를 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16부작 미니시리즈가 방송국 편성 논의 중에 있습니다. 그 작품이 잘 진행된다면 빠른 시간 내에 보여드릴 수 있겠고, 그 작품이 중단되더라도 저는 언제나 장애를 가진 주인공 이야기를 써서 드라마, 영화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꼭 거기에 국한되는 이야기만 쓰는 작가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따뜻하고 세심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 작가님께서 글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진심은 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삶의 모습으로 대립하고 혐오하고 힐난하는 사회가 너무 안타깝고 두려운 마음에, 제 드라마에서만큼은 서로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극의 마지막에는 서로 화해하고 진심을 알아주는 모습을 그려서 현실을 사는 우리들도 조금이나마 진심을 전할 용기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첨단보조기구 지원을 디딤돌 삼아 꿈을 향해 멋지게 도약하는

선준영 님과 김민주 님의 앞날을 따뜻한동행이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 따뜻한동행 블로그기자단 장강, 이소빈 기자

편집: 따뜻한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