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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없는 따뜻한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따뜻한 우체통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바이올린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
  • 작성일2021/09/22 21:01
  • 조회 2,279

안녕하십니까, 가양동에 사는 박홍범이라는 사람입니다.
이곳 따듯한 동행 관련자 선생님들께서 저의 주거 공간을 크게 향상시켜 주시어
이렇게 감사의 글을 남깁니다.

 


비장애인들에게 맞추어진 공간에서 겪는 소통의 어려움


제가 사는 공간은 영구임대아파트로 비장애인들에게 맞추어진 일반적인 공간입니다.
이곳에 입주한 지는 한 6년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지체장애2급인데도 그렇게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8년전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한 것이 최근 1-2년 사이에 재발하여 목발을 짚는데 많은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제일 큰 문제는 제 방 책상에서 문까지의 거리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주로 글쓰는 일이다보니 늘 책상에 앉아서 타인의 글을 분석하고 제 글을 쓰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택배, 관리소, 이웃 등) 찾아와 벨을 누르면 그때부터 난감해집니다.
제가 앉아 있는 책상에서 문까지의 거리는 어림잡아 10미터 내외가 될 듯합니다.
저는 앉은 자리에서 "누구세요?"라고 아주아주 큰 소리로 묻지만
찾아온 손님은 잘 들리지 않는지 문 밖에서 뭐라고 뭐라고 말합니다.
이러는 저의 소리가 이웃에 민폐가 될까봐 늘 가슴 조리며 살았습니다.
저 역시 찾아온 손님의 말을 들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전근개 파열된 어깨로 양쪽 목발을 짚고 문까지 갑니다.
식은땀 나는 타인과 소통은 이렇게 어렵게 반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동 주민센터 담당 직원분께 찾아가 제 사정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도어락과 비디오폰이 필요했지만 비디오폰이 인터폰에 비해 비싸면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인터폰으로 해달라고 할까' 생각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신청하였습니다.)
내가 필요했던 것은 단지 도어락과 비디오폰이었습니다.

따뜻한동행 관계자 선생님들의 '따뜻한 방문'

저의 필요성을 주민센터에 신청한 후 몇 주 지나지 않아 따뜻한 동행 관계자분들이 저의 집에 방문해주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느낀 것은 저의 필요성을 나보다 '따듯한 동행' 관계자 선생님들이 더 잘 알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오직 '도어락과 비디오폰'만 생각했는데
그동안 제가 불편했던 상황들을 이미 알고 계시다는 듯이 척척 알아서 챙겨주시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올려드리는 사진을 통해 이를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주거와 작업 공간에 세팅 완료된 실제 사진 예시(비디오폰의 예)

 

비디오폰을 벽에 거는 것은 저에게 의미가 없어
제가 부탁하여 책상 옆 식탁 위에 그냥 놓아두었던 것을 제가 '다이소표 바구니'에 세팅하였습니다.
전면 중앙 하단부에 마이크가 달려 있어 나무상자 등 막혀 있는 것에 담아 세팅하면 마이크가 막혀 안 됩니다.
이처럼 바구니여야 마이크 음도 통과하고 역어진 틈사이로 끈을 넣어 고정시킬 수 있죠.
창의적이지 않나요? 
이제 이것으로 책상에 그대로 앉아서 문밖 타인과 화상통화를 통해 비대면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통 중에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면 앉은 자리에서 리모콘을 누르면 됩니다.

그 외에 사진 추가 방법을 몰라 서술로 대신합니다.
리모콘으로 작동되는 빨래건조대, 욕실 바닥 높임과 앉아서 머리 감을 수 있는 낮은 샤워기, 
그리고 욕실 바닥 공사하며 함께 바꿔주신 깨끗한 변기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 공간

한두 달 전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 통증의학과에 방문하여 진단한 의사 선생의 말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제 파열 되었던 어깨 회전근개 힘줄이 초음파 검사 결과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사람의 장기는 모두 유한합니다. 회전근개 힘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껴쓰십시오."

비장애인들도 나이가 들면서 50견이나 회전근개 파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정형외과 의사들은 말합니다.
2급 지체장애로 평생 목발을 짚는 사람들은 더 심하게 사오십 대에 대부분 어깨 문제를 겪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양쪽 목발을 짚느라,
오른팔로 칠판 판서(전직 학원 논술 강사),
양손으로 운전,
글을 쓸 때도 '우리들체어'라는 의자에 앉아 어깨를 앞에 걸치고 타자를 치고,
지난 10년 동안 수영을 하였고(어깨를 아끼려고 배영 중심으로!),
3년 전부터는 항우울제를 먹으며 그 치료를 위해 취미로 바이올린을 켭니다.
그리고 모든 가사는 발이 할 수 있는 것 까지 어깨를 움직여 손으로 합니다.

이번에 따뜻한 동행에서 제 주거공간에 편의를 제공해주신 결과
제 어깨를 아껴 쓰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 장애우들이 받을 혜택을 제가 가로챈 건 아닌지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저보다 더 저의 필요성을 알아 챙겨주신 '따뜻한동행' 선생님들이기에 기우일 거라고 위안해봅니다.

이 공간에서 저는 젊은 날 그토록 하고 싶었지만 생계 우선 문제로 할 수 없었던 '글쓰기 작업'을 할 것이고,
항우울제를 줄여가며 바이올린으로 바하의 연습곡을 밝은 마음으로 연주할 것입니다.
이렇게 받은 사회적 배려를 되돌려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동참하겠습니다. 

아무런 조건과 자격을 구두로 묻지 않고 저의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신 <따뜻한동행>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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